키워드로 검색하세요
달라스 생활 길잡이, 코리아포탈이 함께합니다
제목
  이별
작성자
밝은생각
작성일
2010-08-20
조회
9207

        이별

        가로등 밑,
        옷걸이에 걸린 노란 우의처럼 고개 숙인 그녀

        벤치를 지나는 누군가
        그녀의 뒷덜미를 낚아채서
        몸에 딱 맞게 단추를 채우고 가버렸다

        흩어지는 발자국마다
        이내 비가 몰려든다
        하굣길 여중생들이 주전부리하듯 빗물이 길 위로 몰려다니고
        고인 빗물 속에 가로등 불빛은
        파문을 일으키며 구겨졌다
        펴졌다

        나는 오랫동안
        먹다 남은 두부처럼 천천히 상해 갔다
        가슴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그 사이로 구불구불 비가 흘렀다


[감상]
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마음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입니다. 거기에 시인의 고뇌가 있는 거겠지요. 자신의 목소리를 날것으로 드러내면 관념으로 치우치게 되고, 그렇다고 무언가에 빗대기 시작하면 진정성이 훼손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쓰기는 화자와 대상에 외줄을 걸어놓고 그 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애쓰는 작업과 같습니다. 이 시는 이렇듯 <이별>이라는 슬픔을 <먹다 남은 두부>의 관계로 대담하게 횡단합니다. 줄 위에서 튕겨 오르는 탄력처럼 행과 행에는 긴장이 팽팽하고 <비>를 축으로 소재들이 꽉 맞물려 있습니다. <그녀의 뒷덜미를 낚아채서/ 몸에 딱 맞게 단추를 채우고 가버렸다>는 변심을 암시하는 설정이 참신합니다.


*<이별〉/ 안성호/ 《문장웹진》 2006년 9월호

 
로그인한 사용자만이 KP댓글을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로그인 및 회원가입버튼은 상단우측에 있습니다.
소셜 로그인을 통해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밑의 기능을 참고해주세요.
blog comments powered by Disqus
 
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조회
1135
시작
2010/06/26
8202
1134
오이장사
2010/06/24
8251
1133
뛰어라날아라
2010/06/24
8623
1132
돌배나무
2010/06/24
8887
1131
하품
2010/06/24
7422
1130
지위란?
2010/06/23
8206
1129
나비가되어
2010/06/23
8864
1128
행복
2010/06/23
8940
1127
보시오
2010/06/23
7053
1126
슈바이처
2010/06/23
7886
1125
용가리
2010/06/23
7370
1124
책임자
2010/06/22
8213
1123
따뜻한쵸코
2010/06/22
8923
1122
인디언
2010/06/22
7004
1121
쇼핑날
2010/06/22
8754
1120
귀뚜라미
2010/06/21
7852
1119
좋은명언
2010/06/21
7607
1118
좋은산
2010/06/21
6993
1117
2010/06/21
7993
1116
나폴레옹
2010/06/20
8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