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검색하세요
달라스 생활 길잡이, 코리아포탈이 함께합니다
제목
  그 겨울 어느날을 생각한다
작성자
ㅠㅠ
작성일
2010-08-20
조회
9413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름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현대시학’ 2004년 9월호)

감동  [2010-08-20]
아주 아름다운 글이네요 감동입니다.
 
로그인한 사용자만이 KP댓글을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로그인 및 회원가입버튼은 상단우측에 있습니다.
소셜 로그인을 통해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밑의 기능을 참고해주세요.
blog comments powered by Disqus
 
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조회
95
thddkwl
2009/04/30
11010
94
Judith
2009/04/30
12092
93
명언이유2
2009/04/29
10924
92
명언이유
2009/04/29
10226
91
우훕^^
2009/04/29
11910
90
soso
2009/04/29
10091
89
명박
2009/04/29
10447
88
Judith
2009/04/29
11805
87
위대한 반전
2009/04/27
9794
86
약점....
2009/04/27
11302
85
후훗
2009/04/27
11056
84
고품격
2009/04/27
9611
83
스님
2009/04/27
10603
82
잘살자
2009/04/27
11831
81
지금
2009/04/27
10363
80
행복
2009/04/26
10765
79
성공하자
2009/04/26
11181
78
Judith
2009/04/25
9787
77
morimori
2009/04/25
12294
76
엄친아
2009/04/24
50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