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에서 몇 달 있다가 집에 돌아와 며칠을 보낸 후, '나의 보물'이라고 부르던 그 상자를 찾아와서 열어 보았죠.
그런데 쥐 한 쌍이 온통 상자를 차지하고 갈가리 찢어진 종이 속에 아기쥐 한 마리를 치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한 달 전만 해도 이 상자 속엔 천 마리에 가까운 조류의 표본그림이 있었는데! 갑자기 울화가 끓어올라 나의 온 신경을 마비시켜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실신상태에 빠져 나는 며칠 동안 멍하니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보내다가 간신히 기력을 회복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총과 수첩과 연필을 들고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활기차게 숲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이제는 전보다 나은 표본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쁜 생각이 들었으며,
3년도 채 되지 않아 나의 표본그림 가방은 다시 가득차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