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에 답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책 한권을 번역했을 때 얻는 수입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번역으로 얻는 수입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에 조금 아쉽습니다. 아쉽다기보다는 다소 밋밋하다는 것이 맞겠죠.
괜찮은 돈벌이라고 표현할 때, 기준은 단위시간 당 투자한 노력 대비 뽑아내는 수익이 높을 때를 말합니다. 즉, 조금 일하고 많이 버는 돈벌이가 괜찮은 셈이죠.
그렇다면 번역은 투입된 노동력 대비 뽑아내는 수익이 괜찮은 일일까요?
전문번역가는 어떨지 모르지만, 제 경우를 봤을 때 한장 정도를 번역하는 데 빠른 경우 30분 오래 걸리는 경우 1시간이 걸리죠. 더 심할 때는 2시간이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최초 번역에 들어가는 시간이 이 정도입니다.
저는 공동작업을 하기 때문에 제가 맡은 부분이 끝나면, 공역자인 태중씨가 번역한 부분을 검토하죠. 검토라고는 하지만, 원문과 하나하나 대조해 가면서 보기 때문에 초벌번역과 비슷한 시간이 들어갑니다.
교차 검토가 끝나면 다시 상대 공역자가 검토한 원고를 살피는데, 이 때는 초벌번역이나 검토보다 더 적은 시간이 들어갑니다(물론 적은 시간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정리하자면, 초벌이 완성되기 위해서
최초 번역 → 공역자 검토 → 검토결과 확인 → 초벌 완성
대략 4단계의 공정을 마칩니다. 이렇게 완성된 원고는 출판사에 넘어가고 출판사에 따라서 후반작업에 걸리는 시간이 다르지만, 2-3번의 교정 교열 작업을 거치죠. 이 때도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됩니다.
여기에 베타리딩까지 더해진다면, 베타리더분들과 메일교환을 한다거나, 검토해주신 원고를 읽고 수정작업 등이 추가됩니다.
번역 경험이 없으신 분들은 생각보다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고 느끼실겁니다. 본문을 번역하는 데 이 정도 작업이 필요하고, 이외에도 색인작업, 역자서문, 인터넷 마케팅 자료 등등 여러가지 부과적인 작업을 출판사와 같이 진행합니다.
번역을 떠나서 어떤 전문분야든지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복잡다단한 프로세스가 존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번역만이 어려운 작업이라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전문직업에는 존경받을만한 전문성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번역작업도 전문성이 존재하는 작업임을 말씀드리기 위해서 긴 글을 할애했습니다
다시 오늘 포스트를 작성하게된 질문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과연 번역은 괜찮은 돈벌이인가요?
앞에서 설명드렸듯이, 번역에 투입되는 노동력은 무척 많습니다. 즉, 분모가 큰 돈벌이입니다. 그렇다면 번역을 통해 얻는 수익이 높아지기 위해서 분자가 커져야겠죠?
번역가 실력에 따른 번역가 숫자를 제 마음대로 그려본 그래프입니다. 전형적인 정규분포 그래프죠. 통계학적으로 의미있는 그래프는 아니지만, 자연현상은 대개 정규분포를 따른다는 ‘수학정석’에 기초해서 그린 그래프입니다.
자! 이 정도면 ‘번역을 하면 돈벌이가 괜찮나요?’라는 질문에 어느정도 대답이 되었으리라 봅니다.
‘돈’이 모든 가치척도의 기준인 자본주의에 살지만, ‘돈’을 중심으로 놓고 보았을 때 놓치고 사는 것들이 많습니다. 아마도 번역작업도 ‘돈’을 놓고만 보았을 때 가치가 떨어지는 작업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 수많은 번역가들은 적은 경제적인 보상에도 불구하고 번역작업을 하는걸까요!
무척이나 주관적인 해답이지만 다음 그림이 이런 질문에 답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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