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난 항상 그랬다. 누군가가 보고 싶으면 꼭 봐야만했고 목소리가 듣고 싶으면 꼭 수화기를 들어야만 했다. 헤어짐에 꼭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건 꼭 알아야만 했다. 알고나서도 받아들일 수 없다면 받아들이지 않았고 사람 마음은 노력하면 움직이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난 그렇게 지겹게 그를 또 괴롭혔나보다.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보고 싶다고 다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나의 사랑이 깊어도 이유없는 헤어짐은 있을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없어도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사람의 마음이란게 아무 노력없이도 움직일 수 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움직여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 속 있을 때 더 아름다운 사람도 있다는 것을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듯 사람도 기억도 이렇게 흘러가는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