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검색하세요
달라스 생활 길잡이, 코리아포탈이 함께합니다
제목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유죄
작성자
유죄
작성일
2010-03-30
조회
5369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유죄

노희경


나는 한때
나 자신에 대해 지독한 보호본능에 시달렸다.
사랑을 할 땐 더더욱 그랬다.
사랑을 하면서도
나 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없이
만들었던 것이다.
가령,
죽도록 사랑한다거나
영원히 사랑한다거나
미치도록 그립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내게 사랑은
쉽게 변질되는
방부제를 넣지 않은 빵과 같았고
계절처럼 반드시 퇴색하며
늙은 노인의
하루처럼...
지루했다.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 말자.
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 때문에
올가미를 쓸 수도 있다.
가볍게 하자, 가볍게
보고는 싶지라고 말하고
지금은 사랑해라고 말하고
변할 수도 있다고
끊임없이
상대와 내게 주입시키자.
그래서
헤어질 땐
울고불고 말고 깔끔하게,
안녕.

나는 그게 옳은 줄 알았다.
그것이 상처 받지 않고
상처 주지 않는 일이라고
진정 믿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드는 생각
너, 그리 살어 정말 행복하느냐?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죽도록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 만큼만 사랑했고
영원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당장 끝이 났다
내가 미치도록 그리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미치게 보고 싶어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사랑은
내가 먼저 다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버리지 않으면 채워 주지 않는
물잔과 같았다.

내가 아는 한 여자
그 여잔
매번 사랑할 때마다 목숨을 걸었다.
처음엔
자신의 시간을 온통 그에게 내어 주고
그 다음엔 웃음을
미래를 몸을 정신을 주었다.

나는 무모하다 생각했다
그녀가 그렇게 모든 걸 내어
주고 어찌 버틸까 염려스러웠다.
그런데
그렇게 저를 다 주고도 그녀는
쓰러지지 않고 오늘도 해맑게 웃으며
연애를 한다.
나보다 충만하게
그리고 내게 하는 말
나를 버리니, 그가 오더라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사랑을 얻었는데
나는 나를 지키느라 나이만 먹었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다.
자신에게 사랑 받을 대상 하나를
유기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속죄하는 기분으로
이번 겨울에도 난 감옥 같은 방에 갇혀
반성문 같은 글이나 쓰련다.

홀푸드  [2010-03-30]
아 참 길다~~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다~~
 
로그인한 사용자만이 KP댓글을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로그인 및 회원가입버튼은 상단우측에 있습니다.
소셜 로그인을 통해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밑의 기능을 참고해주세요.
blog comments powered by Disqus
 
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조회
75
로망스
2009/04/24
9522
74
헉..
2009/04/27
9372
73
bibi
2009/04/24
9758
72
은숙
2009/04/24
9552
71
봄비
2009/04/24
9293
70
Judith
2009/04/24
9475
69
Judith
2009/04/23
8695
68
좋은 생각
2009/04/23
10649
67
좋은생각
2009/04/23
10127
66
Judith
2009/04/22
10472
65
Judith
2009/04/22
9545
64
김제동
2009/04/22
9436
63
커피한잔
2009/04/22
9644
62
좋은 향기
2009/04/22
9986
61
선호
2009/04/22
9122
60
백선희
2009/04/21
11158
59
시사랑
2009/04/20
9128
58
야수
2009/04/20
9844
57
명언
2009/04/20
10293
56
간디
2009/04/19
10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