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검색하세요
달라스 생활 길잡이, 코리아포탈이 함께합니다
제목
  1층 후문으로 나와!
작성자
이민수
작성일
2009-08-29
조회
6396

작은 무역회사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사회 초년생이었던 저는 처음부터 실수를 밥 먹듯 했고 늘 꾸중을 들었습니다. 거기다 업무용으로 켜 놓았던 인터넷 메신저 때문에 동료들에게 기본이 안 된 사원이라고 낙인까지 찍혔습니다. 그때부터 매일 점심 식사 전이면 사장님께 불려 가 다른 직원의 잘못까지 섞인 꾸지람을 들어야 했습니다. 한바탕 꾸중을 듣고 난 뒤에 먹던 점심은 밥이 아닌 돌이었습니다. 사장님과 한자리에서 식사를 해야만 하는 소규모 회사인지라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급히 밥을 먹고는 화장실로 달려가서 토해 낸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입사한 지 3개월 무렵, 사장님의 꾸지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긴장이 풀린 나머지 저는 또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해외 거래처와 이메일로 의사소통을 하던 중에 과도한 자신감에 취해서 확인도 안 하고 이메일을 보내 버렸습니다. 그 사실을 안 사장님께서는 돌처럼 굳은 표정으로 “소영 씨, 1층 후문으로 나와!”라고 소리치셨습니다. 후문으로 나가니 사장님은 차가운 표정으로 오전의 사건을 이야기하며 나무라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보낸 형편없는 영문 메일 때문에 해외 거래처 사장님에게 무시를 당하셨던 것입니다.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던 사장님께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사장님은 심한 꾸지람 끝에 존경하는 부모님까지 깎아내리며 제게 해고 통보를 하셨습니다. 

누구나 첫 직장에서 혹독함을 경험한다고 하지만 저는 무능함 때문에 누구보다 거친 신고식을 치렀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평소 부족했던 어학 공부에 힘을 쏟은 끝에 새로운 곳에서 더욱 나아진 모습으로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첫 직장에서 만난 사장님, 철없던 신입을 무한한 인내심으로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당시에는 사장님을 미워하기에 급급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죄송함이 커집니다. 그때의 깨달음으로 조금 성숙해졌음을 느낍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김소영 

 
로그인한 사용자만이 KP댓글을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로그인 및 회원가입버튼은 상단우측에 있습니다.
소셜 로그인을 통해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밑의 기능을 참고해주세요.
blog comments powered by Disqus
 
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조회
15
좋은글
2009/03/27
16979
14
태양숲
2009/03/26
13586
13
큐브
2009/03/26
17474
12
뚜벅이
2009/03/25
16475
11
blue
2009/03/24
16155
10
체리향기
2009/03/24
15689
9
안개비
2009/03/22
12980
8
blue
2009/03/21
16846
7
blue
2009/03/21
15175
6
blue
2009/03/20
15453
5
정무흠
2011/08/05
22290
4
더데이
2011/08/07
23097
3
정무흠
2011/07/29
18515
2
정무흠
2011/09/17
23159
1
이민주
2011/08/15
21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