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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참깨를 볶으며
작성자
노리스키
작성일
2009-08-29
조회
6428

참깨를 볶으며



- 하미자 



참깨를 볶는다 

은근한 불에 양은 냄비 올려놓고  

참깨를 볶는다 

성질 급한 놈 그새를 못 참고 

탁! 타다닥! 

가출한 아이처럼 문을 박차고 후닥닥 뛰쳐나간다 

나도 가끔 저 참깨처럼 얼굴 붉히며 

생의 울타리를 뛰쳐나갈 때가 몇 번이었을까 

살아간다는 것은 

저 참깨처럼 뜨거운 불 위를 걷는 것이 아닐까 

무너지고 깨지는 아픔 견뎌야 하듯 

부질없는 욕망도 내려놓아야 하리 

사루비아 꽃잎 같은 눈물도 흘려야 하리 

별들도 외면해 버린 어둔 길도 걸어야 하리 

볶아지고 부서질 때 

깨꽃 향기 푸르게 깨어나리 

눈 깊어지고 마음 더 순결해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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