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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냥 사는 사람들
작성자
Alice
작성일
2009-06-07
조회
6839

영국 런던에 갔더니 그냥 사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참 많았습니다. 뭐를 하시면서 사십니까? 하고 물으니 "그냥 삽니다." 하고 대답합니다. 순간 당황해서 직업을 묻는 질문이 실례이고 잘못 되었나? 아니면 상대방의 대답이 모호한 것인가? 하고 마음속으로 빠르게 생각합니다. 그리고는 순간적으로 당황했던 마음을 숨기기에 애를 썼습니다. 영국에는 그냥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별한 직업이 없이, 특별히 하는 일이 없이 그냥 사는 사람들입니다. 나이를 먹어서 은퇴한 것이 아니고 아직은 은퇴할 나이가 분명히 아닌데, 특별히 할 만한 일이 없어서 그냥 사는 것입니다. 생활에 필요한 돈은 한국에서 아파트를 팔아서 가져온 돈으로 해결하고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 교육시키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의 여유가 많습니다.

그냥 사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그냥"이라는 말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우리말에 그냥이라는 말은 원인은 있지만 그 원인이 불분명할 때 쓰는 말입니다. 마치 행위 예술처럼 즉흥적이기까지 합니다. 정확한 까닭이 없습니다. 그냥이라는 말은 유유자적하고, 허물이 없고 단순하며, 그렇기에 오히려 따스하게 정이 흐르는 말입니다.

오랜만에 친구로부터 걸려온 전화에 "무슨 일이 있냐?"고 물으면 친구는 "응, 그냥……."하고 대답합니다. 어찌 보면 그냥이라고 대답할 수 있는 친구는 참 가까운 친구입니다. 그냥 전화하고, 그냥 만나고, 별 커다란 목적이 따로 없어도 만나는 친구야 말로 허물이 없고 스스럼이 없는 친구들입니다.

요즘처럼 기능 만능의 시대가 되어가고, 목적이 없으면 아무 것도 의미가 없다고 느끼는 "목적이 이루는 삶"을 살아가면서 사회가 점점 더 각박하게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역으로 그냥 만나고, 그냥 대화하고, 그냥 어우러져 지내고, 그냥 사는 사람들이 오히려 유유자적하며, 따스한 정이 흐르는 사람들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뚜렷한 목적이 있는 방향성이 뚜렷한 삶을 살아가면서 한편으로는 서로가 서로의 허물을 포근히 감싸주는 "그냥 살아가는" 따뜻한 마음의 빈 자리가 요즘처럼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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