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검색하세요
달라스 생활 길잡이, 코리아포탈이 함께합니다
제목
  입맞춤
작성자
동글이
작성일
2009-05-20
조회
7970

입맞춤.

의사인 나는 이제 막 수술에서 회복된 어떤 여성 환자의 침상 옆에 서 있
었다. 그녀는 수술 후에도 옆 얼굴이 마비되어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 있었
다. 얼핏 보면 어릿광대 같은 모습이었다. 입의 근육을 움직이는 신경 한 가
닥이 절단되었기 때문이었다. 외과의사가 최선을 다해 그녀의 얼굴을 성형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뺨에서 암세포가
번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수술 도중에 어쩔 수 없이 신경 한 가닥을 절단
해야만 했다.
그녀의 절은 남편도 그녀를 내려다보며 환자 옆에 서 있었다. 저녁 불빛
속에서 그들은 마치 내 존재를 잊은 양 열심히 서로를 바라보았다. 나는 생
각했다. 이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길래 비뚤어진 얼굴을 해 갖고서도 이
토록 부드럽고 따뜻한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걸까?
이윽고 그녀가 내게 물었다.
"제 입은 평생 동안 이런 모습으로 있어야 하나요?"
내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신경이 끊어졌기 때문이지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때 그녀의 젊은 남편이 미
소를 지으며 말했다.
"난 그 모습이 좋은데 뭘. 아주 귀여워 보인다구."
그 순간 나는 그가 어떤 사람인가를 알았다. 그는 신과 같은 넉넉한 마음
을 가진 사람이었다. 차마 그를 똑바로 쳐다볼 수 없어서 나는 바닥에 시선
을 떨구었다. 내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 남자는 아내에게 입을 맞추기
위해 몸을 숙였다. 그리고 그는 비뚤어진 입을 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아직
도 입맞춤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
- 리차드 셀쩌

 
로그인한 사용자만이 KP댓글을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로그인 및 회원가입버튼은 상단우측에 있습니다.
소셜 로그인을 통해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밑의 기능을 참고해주세요.
blog comments powered by Disqus
 
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조회
495
사랑의힘으로
2009/11/04
6469
494
기적의신
2009/11/04
7383
493
좋은명언
2009/11/02
4805
492
아름다운
2009/11/02
6437
491
오늘꺼
2009/11/02
6931
490
와이너리
2009/10/30
7092
489
밴쿠버스포츠
2009/10/29
6876
488
힘을주는글
2009/10/27
6266
487
시와노래
2009/10/27
7049
486
힘차게달리자
2009/10/26
7503
485
진정한그릇
2009/10/26
5555
484
세상속의소리
2009/10/24
6681
483
힘내라
2009/10/24
6602
482
허무하지않게
2009/10/23
6338
481
예의범절
2009/10/22
6128
480
예의범절
2009/10/22
5658
479
신사임당
2009/10/21
5853
478
에몽이가쓴
2009/10/21
8444
477
힘난다
2009/10/20
8359
476
나무꽆과벌
2009/10/20
6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