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검색하세요
달라스 생활 길잡이, 코리아포탈이 함께합니다
제목
  입맞춤
작성자
동글이
작성일
2009-05-20
조회
7978

입맞춤.

의사인 나는 이제 막 수술에서 회복된 어떤 여성 환자의 침상 옆에 서 있
었다. 그녀는 수술 후에도 옆 얼굴이 마비되어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 있었
다. 얼핏 보면 어릿광대 같은 모습이었다. 입의 근육을 움직이는 신경 한 가
닥이 절단되었기 때문이었다. 외과의사가 최선을 다해 그녀의 얼굴을 성형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뺨에서 암세포가
번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수술 도중에 어쩔 수 없이 신경 한 가닥을 절단
해야만 했다.
그녀의 절은 남편도 그녀를 내려다보며 환자 옆에 서 있었다. 저녁 불빛
속에서 그들은 마치 내 존재를 잊은 양 열심히 서로를 바라보았다. 나는 생
각했다. 이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길래 비뚤어진 얼굴을 해 갖고서도 이
토록 부드럽고 따뜻한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걸까?
이윽고 그녀가 내게 물었다.
"제 입은 평생 동안 이런 모습으로 있어야 하나요?"
내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신경이 끊어졌기 때문이지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때 그녀의 젊은 남편이 미
소를 지으며 말했다.
"난 그 모습이 좋은데 뭘. 아주 귀여워 보인다구."
그 순간 나는 그가 어떤 사람인가를 알았다. 그는 신과 같은 넉넉한 마음
을 가진 사람이었다. 차마 그를 똑바로 쳐다볼 수 없어서 나는 바닥에 시선
을 떨구었다. 내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 남자는 아내에게 입을 맞추기
위해 몸을 숙였다. 그리고 그는 비뚤어진 입을 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아직
도 입맞춤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
- 리차드 셀쩌

 
로그인한 사용자만이 KP댓글을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로그인 및 회원가입버튼은 상단우측에 있습니다.
소셜 로그인을 통해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밑의 기능을 참고해주세요.
blog comments powered by Disqus
 
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조회
575
하얀달
2009/12/22
9136
574
사랑의마음
2009/12/21
4546
573
성공
2009/12/21
4043
572
마미손
2009/12/20
4755
571
사랑
2009/12/20
4675
570
명언모음
2009/12/19
4635
569
다시
2009/12/19
6271
568
아버지
2009/12/19
5021
567
2009/12/18
5159
566
사람
2009/12/17
4810
565
기사
2009/12/17
5137
564
아들아
2009/12/16
4950
563
루돌프처럼
2009/12/16
4914
562
감동글
2009/12/15
4273
561
행복
2009/12/15
4096
560
하하하샇
2009/12/14
4825
559
면빨짱면
2009/12/14
3919
558
하늘지기
2009/12/13
4837
557
희망나무
2009/12/13
5334
556
기린빵
2009/12/12
47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