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검색하세요
달라스 생활 길잡이, 코리아포탈이 함께합니다
제목
  이별
작성자
밝은생각
작성일
2010-08-20
조회
9650

        이별

        가로등 밑,
        옷걸이에 걸린 노란 우의처럼 고개 숙인 그녀

        벤치를 지나는 누군가
        그녀의 뒷덜미를 낚아채서
        몸에 딱 맞게 단추를 채우고 가버렸다

        흩어지는 발자국마다
        이내 비가 몰려든다
        하굣길 여중생들이 주전부리하듯 빗물이 길 위로 몰려다니고
        고인 빗물 속에 가로등 불빛은
        파문을 일으키며 구겨졌다
        펴졌다

        나는 오랫동안
        먹다 남은 두부처럼 천천히 상해 갔다
        가슴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그 사이로 구불구불 비가 흘렀다


[감상]
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마음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입니다. 거기에 시인의 고뇌가 있는 거겠지요. 자신의 목소리를 날것으로 드러내면 관념으로 치우치게 되고, 그렇다고 무언가에 빗대기 시작하면 진정성이 훼손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쓰기는 화자와 대상에 외줄을 걸어놓고 그 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애쓰는 작업과 같습니다. 이 시는 이렇듯 <이별>이라는 슬픔을 <먹다 남은 두부>의 관계로 대담하게 횡단합니다. 줄 위에서 튕겨 오르는 탄력처럼 행과 행에는 긴장이 팽팽하고 <비>를 축으로 소재들이 꽉 맞물려 있습니다. <그녀의 뒷덜미를 낚아채서/ 몸에 딱 맞게 단추를 채우고 가버렸다>는 변심을 암시하는 설정이 참신합니다.


*<이별〉/ 안성호/ 《문장웹진》 2006년 9월호

 
로그인한 사용자만이 KP댓글을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로그인 및 회원가입버튼은 상단우측에 있습니다.
소셜 로그인을 통해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밑의 기능을 참고해주세요.
blog comments powered by Disqus
 
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조회
175
미소천사
2009/05/20
8988
174
명언
2009/05/20
8638
173
2009/05/20
8948
172
소우
2009/05/19
8142
171
강인좋아
2009/05/19
9256
170
2009/05/19
9016
169
2009/05/19
9189
168
안수진
2009/05/19
9587
167
민정
2009/05/19
8135
166
오사카시민
2009/05/18
8094
165
호수
2009/05/18
9717
164
이영자
2009/05/17
8498
163
정재호
2009/05/17
8859
162
한종수
2009/05/17
8664
161
신현필
2009/05/17
9344
160
그레이스
2009/05/17
9175
159
호호아줌마
2009/05/17
9628
158
쏘핫~
2009/05/14
9093
157
2009/05/14
9048
156
정성
2009/05/14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