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검색하세요
달라스 생활 길잡이, 코리아포탈이 함께합니다
제목
  이별
작성자
밝은생각
작성일
2010-08-20
조회
9230

        이별

        가로등 밑,
        옷걸이에 걸린 노란 우의처럼 고개 숙인 그녀

        벤치를 지나는 누군가
        그녀의 뒷덜미를 낚아채서
        몸에 딱 맞게 단추를 채우고 가버렸다

        흩어지는 발자국마다
        이내 비가 몰려든다
        하굣길 여중생들이 주전부리하듯 빗물이 길 위로 몰려다니고
        고인 빗물 속에 가로등 불빛은
        파문을 일으키며 구겨졌다
        펴졌다

        나는 오랫동안
        먹다 남은 두부처럼 천천히 상해 갔다
        가슴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그 사이로 구불구불 비가 흘렀다


[감상]
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마음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입니다. 거기에 시인의 고뇌가 있는 거겠지요. 자신의 목소리를 날것으로 드러내면 관념으로 치우치게 되고, 그렇다고 무언가에 빗대기 시작하면 진정성이 훼손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쓰기는 화자와 대상에 외줄을 걸어놓고 그 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애쓰는 작업과 같습니다. 이 시는 이렇듯 <이별>이라는 슬픔을 <먹다 남은 두부>의 관계로 대담하게 횡단합니다. 줄 위에서 튕겨 오르는 탄력처럼 행과 행에는 긴장이 팽팽하고 <비>를 축으로 소재들이 꽉 맞물려 있습니다. <그녀의 뒷덜미를 낚아채서/ 몸에 딱 맞게 단추를 채우고 가버렸다>는 변심을 암시하는 설정이 참신합니다.


*<이별〉/ 안성호/ 《문장웹진》 2006년 9월호

 
로그인한 사용자만이 KP댓글을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로그인 및 회원가입버튼은 상단우측에 있습니다.
소셜 로그인을 통해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밑의 기능을 참고해주세요.
blog comments powered by Disqus
 
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조회
1075
진돗개
2010/06/12
7723
1074
알버타
2010/06/12
12854
1073
매미
2010/06/11
8178
1072
2010/06/11
7146
1071
사랑비
2010/06/11
7774
1070
잠자리
2010/06/11
5694
1069
으쌰으쌰
2010/06/11
7573
1068
열심히하라
2010/06/10
7658
1067
조개한개
2010/06/10
9500
1066
공부팜팜
2010/06/10
7313
1065
사과한쪽
2010/06/10
7304
1064
하품소리
2010/06/10
7012
1063
돌이
2010/06/09
7395
1062
선인장
2010/06/09
6512
1061
2010/06/09
8434
1060
위기철
2010/06/09
7965
1059
꿈의삶
2010/06/09
6852
1058
바다같은마음
2010/06/09
8271
1057
힘차게
2010/06/08
7559
1056
엎드리기
2010/06/08
64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