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검색하세요
달라스 생활 길잡이, 코리아포탈이 함께합니다
제목
  이별
작성자
밝은생각
작성일
2010-08-20
조회
8741

        이별

        가로등 밑,
        옷걸이에 걸린 노란 우의처럼 고개 숙인 그녀

        벤치를 지나는 누군가
        그녀의 뒷덜미를 낚아채서
        몸에 딱 맞게 단추를 채우고 가버렸다

        흩어지는 발자국마다
        이내 비가 몰려든다
        하굣길 여중생들이 주전부리하듯 빗물이 길 위로 몰려다니고
        고인 빗물 속에 가로등 불빛은
        파문을 일으키며 구겨졌다
        펴졌다

        나는 오랫동안
        먹다 남은 두부처럼 천천히 상해 갔다
        가슴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그 사이로 구불구불 비가 흘렀다


[감상]
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마음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입니다. 거기에 시인의 고뇌가 있는 거겠지요. 자신의 목소리를 날것으로 드러내면 관념으로 치우치게 되고, 그렇다고 무언가에 빗대기 시작하면 진정성이 훼손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쓰기는 화자와 대상에 외줄을 걸어놓고 그 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애쓰는 작업과 같습니다. 이 시는 이렇듯 <이별>이라는 슬픔을 <먹다 남은 두부>의 관계로 대담하게 횡단합니다. 줄 위에서 튕겨 오르는 탄력처럼 행과 행에는 긴장이 팽팽하고 <비>를 축으로 소재들이 꽉 맞물려 있습니다. <그녀의 뒷덜미를 낚아채서/ 몸에 딱 맞게 단추를 채우고 가버렸다>는 변심을 암시하는 설정이 참신합니다.


*<이별〉/ 안성호/ 《문장웹진》 2006년 9월호

 
로그인한 사용자만이 KP댓글을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로그인 및 회원가입버튼은 상단우측에 있습니다.
소셜 로그인을 통해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밑의 기능을 참고해주세요.
blog comments powered by Disqus
 
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조회
1355
퍼미글
2010/08/23
9791
1354
남은사진
2010/08/22
10422
1353
살아있는자
2010/08/22
10256
1352
까마귀
2010/08/22
9833
1351
변화의삶
2010/08/22
9857
1350
강자
2010/08/21
9037
1349
키큰기린
2010/08/21
10404
1348
명언
2010/08/21
10116
1347
명담
2010/08/20
10336
1346
흙탕물
2010/08/20
10656
1345
스프라이트
2010/08/20
10535
1344
나무리
2010/08/20
13443
현재글
밝은생각
2010/08/20
8741
1342
ㅠㅠ
2010/08/20
8863
1341
헤르만
2010/08/18
10938
1340
사진기잡고
2010/08/18
10214
1339
원투
2010/08/18
9611
1338
사자자리
2010/08/18
10565
1337
2010/08/18
9795
1336
작은마을
2010/08/18
5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