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검색하세요
달라스 생활 길잡이, 코리아포탈이 함께합니다
제목
  동생이라 미안해
작성자
병아리
작성일
2010-08-04
조회
8268


Click Image to Enlarge

두 살 터울의 언니가 있습니다. 자타공인 가장 친한 친구지요. 언니와 있으면 혼자 있는 것처럼, 편한 옷을 입은 것처럼 자연스럽습니다. 너무 가까워 가끔은 언니가 있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려요. 이런 기분 아실까요.

생각 많고 생각 없던 고등학교 시절, '언니의 초상'이라는 시를 쓴 적 있습니다. 그 시를 쓰면서 한참 울었습니다. 나중에 몰래 꺼내 볼 때도 늘 울었지요.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내용은 대강 이랬습니다. 언니는 장녀로서 늘 거친 길을 먼저 묵묵히 걸어간다. 난 늘 언니의 발자국을 따라 쉽게 그 길을 간다. 더없이 맑고 착한, 그래서 더 힘들었을 언니는 내게 늘 마음의 빚이었습니다.

아직도 기억납니다. 언니가 초등학교에 처음 다녀온 날, 유치원에 다니던 난 “학교는 도대체 어떤 곳이야?”라고 물었고, 어린 언니는 더 어린 내 눈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며 자기가 보고 들은 걸 열심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 뒤 중학교에 들어갈 때도 그랬고, 수능을 볼 때도 그랬고, 대학에 지원할 때도 그랬습니다. 난 언제나 쉽게 물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데야? 난 뭘 해야 돼?” 그러면 언니는 사실 자기도 잘 모르면서, 사실 자기도 누구에게 물어보고 싶으면서, 그런 티 하나도 내지 않고 얘기했습니다. 난 쉽게 언니에게 기댔지만, 언니는 그런 나를 버텨야 했기에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두고두고 기억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언니가 수능 시험을 보는 날 아침, 언니 외투 속에 몰래 만든 나만의 부적을 꼬깃꼬깃 접어 넣었습니다. 그리고 엄마와 하루 종일 시험장 앞에서 기다렸지요. 어느새 해가 어스름 지고, 친구들과 걸어 나오는 언니가 보였습니다. “언니! 언니!” 난 미친 듯이 뛰어가 언니 품에 안겨 울었습니다. 아니, 통곡했습니다. 모두가 어리둥절했지만 언니는 말없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미안해. 늘 먼저 겪게 해서…. 동생이라 미안해.' 말로는 채 전하지 못한 내 마음을, 언니는 다 알았을 테니까요.


글 《좋은생각》 안재영 기자

네!!  [2010-08-05]
언니는 동생을 잘 배려하고 동생은 언니 말을 잘 들어야한다고 생각함
도깨비  [2010-08-05]
저는 언니인데 동생이 말을 안들어 죽겠어여 ㅠㅠ 아구 그것도 남동생;
어묵좋아함  [2010-08-05]
스타일이 비슷해보임 영향을 보인듯
 
로그인한 사용자만이 KP댓글을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로그인 및 회원가입버튼은 상단우측에 있습니다.
소셜 로그인을 통해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밑의 기능을 참고해주세요.
blog comments powered by Disqus
 
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조회
1215
팥핑수
2010/07/19
7769
1214
굿바이
2010/07/19
9604
1213
맷돌갈자
2010/07/19
9200
1212
-ㅈ-
2010/07/17
7487
1211
ㅠㅠ
2010/07/17
8415
1210
긍정의힘
2010/07/17
12665
1209
새파란
2010/07/16
8043
1208
앞병아리
2010/07/16
9053
1207
성공의나래
2010/07/15
7990
1206
산으로출발
2010/07/15
8508
1205
소한마리
2010/07/15
9574
1204
링컨
2010/07/15
8117
1203
파스칼
2010/07/14
8260
1202
반죽
2010/07/14
8257
1201
책임의식
2010/07/14
8760
1200
날개
2010/07/14
6862
1199
깃발든강아지
2010/07/14
8255
1198
위인
2010/07/14
9500
1197
액자의노래
2010/07/13
10769
1196
바둑한판
2010/07/13
8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