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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가 결혼하지 않는 이유
작성자
친절한금자
작성일
2008-11-26
조회
6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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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제목을 보고 나면 우리 엄마는 예의 그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 할 것이다.


‘뭐? 못 가는 게 아니라 안 간다고? 니 나이에도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냐?’


엄마 입장에서는 백 번 옳은 소리다. 엄마는 지금의 내 나이 때. 언니나 오빠는 제쳐두더라도 내 손을 잡고 초등학교 운동장에 서서 학부형이 되었으니까. 엄마는 이제 더 이상 내 나이를 단지 내 나이로만 계산하지 않는다. 거기에는 있지도 않는 외손주가 초등학교 갈 때 내가 몇 살인지. 그 애가 대학을 들어갈 때 이미 나는 할머니가 되어 있다는 식의 새로운 계산법이 존재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내가 결혼을 해야만 가능한 얘기인데. 그것은 주로 ‘올해 안에 바로 결혼한다 치고’ 이다. 내 나이에는 결혼마저도 뒷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혹은 낳아야만 하는 여자이기 때문이다.



기왕 아이가 등장했으니 그 얘기부터 해 보자. 나는 도저히 엄마가 될 자신이 없다. 내가 읽은 수많은 정신분석학과 철학 서적에는 세상에서 한 인간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엄마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거기다 범죄 분석 학까지 들어가 버리면 그야말로 엄마가 아이를 범죄인간으로 키운 경우가 허다하다.(단 그들은 절대 일부러 그러지는 않았다.) 가끔 엄마와 싸우기도 하고 (사실 좀 자주 싸운다.) 그다지 자랑할 만한 딸년은 아니지만 그런 책을 볼 때만큼은 잠시나마 엄마에게 감사하게 된다. 적어도 나는 뒷골목에서 헤로인에 취해 해롱거리지도 않고, 돈이 떨어졌으니 오늘도 한 건 해 볼까? 하고 남의 집 앞을 어슬렁거리는 인간은 아니니까.



그렇지만 내가 엄마가 되면 어떻게 될까? 나는 정말이지 나에게 생명을 의탁한 인간을 잘 사랑하며(반드시 잘 사랑해야 한다. 왜냐면 빗나간 사랑의 경우 그게 암만 사랑이라 하더라도 인간을 잘도 망쳐놓으니까.) 잘 키울 할 자신이 없다. 인간의 새끼는 모든 동물들 중에서 자립이 가장 느리다.(이 자립은 경제적인 걸 의미하는 게 아닌 단지 생존의 문제이다.) 그렇게 긴 시간 동안 누군가의 생명을 책임진다는 일은 얼마나 대단한 희생을 요구 할 것인가. 거기다 그걸 그냥 주어진 일을 처리하듯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해야 하고. 가끔은 내 사랑이 제대로 된 사랑인지 수시로 체크하며 자괴감에 시달려야 할 것이다. 해보지도 않고 왜 미리 겁먹느냐고 말하겠지만 나는 내가 저 역할을 잘 해 낼 것이라는 확신을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우리 엄마 말에 따르면 나는 내 한 몸도 잘 못 챙기는 어리버리한 족속이 아닌가 말이다.

그럼 결혼을 하고도 아이를 갖지 않는 딩크족으로 살면 되지 않겠느냐는 차선책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건 나 혼자만의 결정 사항은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 땅에서 결혼한 여자가 혼자 애를 낳지 않겠다고 버팅기고, 나아가 그 계획이 실현될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어찌어찌 해서 남편의 동의를 얻는 데까진 성공한다고 해도 시댁 이랄지 친정 이랄지 아무튼 나의 아이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결코 그 문제에 대해 ‘니 뜻이 정 그렇다면야’ 하고 봐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남들도 다 한다는. 빼도 박도 못할 이유를 들이밀게 틀림없다. 하지만 남들이 다 한다고 해서, 또 할 줄 안다고 해서 나 역시도 마찬가지이지 않은 일은 세상도처에 널려있다. 그리고 한 생명의 엄마가 (때에 따라선 둘 혹은 셋의) 된다는 일이 그렇지 않으리란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조금 더 상상의 나래를 뻗쳐보자. 부모님들로부터 다들 한번쯤은 들었을 것이다. 니 아빠랑 혹은 니 엄마랑 여태 산 건 니들 때문이라는 말. 우리 부모 세대들은 그랬다. 지금이야 한국의 이혼율이 세계 몇 위니, 백 쌍에 한 쌍은 몇 년 안에 이혼을 한다느니 하는 통계가 존재하지만 그때만 해도 자식 때문에라도 결혼생활을 영위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좀 구식인지라 일단 결혼을 한다면 이혼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 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맞고도 살겠다 라던가 남편이 바람을 피워 새 살림을 차리면 그 여자까지 보듬어 안고 산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그래도 어지간하면 나는 이혼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도저히 안 되는 상황. 이렇게 살다가는 내가 죽고 말지 싶은 상황일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때는 주저 없이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때 자식이라도 있으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아마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이의 불행 보다는 자신의 불행을 택할 것이다. 좋은 엄마.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있어 평생의 불행과 희생도 마다하지 않아야 하는데 나라는 인간이 과연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지금으로써는 상당히 비관적이다. 나는 너무 오랫동안 나 하나만 생각하고 산 인간이고 앞으로도 어지간하면 그렇게 살고 싶다.



결혼한 여자들의 호칭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만약 결혼을 한다면 나의 남편 될 사람은 우리 부모를 장인. 장모. 그리고 내 형제들을 매형 매제 처제로 부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사용하게 될 호칭은 그렇지 않다. 남편의 부모를 어머님. 아버님이라 불러야 할 것이고 남편의 형제자매에게는 도련님. 아가씨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될 것이다. 나는 평생 아빠를 아빠라 불렀고. 엄마를 엄마라고 부른 인간이다. 그런데 결혼하자마자 갑자기 누군가에게 아버님 어머님이라니. 더구나 아가씨 도련님 같은 호칭은 더욱 난감하다. 그건 어디까지나 하인들이 상전을 일컫던 호칭이 아니던가. 이렇게 팽팽 잘도 돌아가는 최첨단의 시대에 살면서 호칭은 하인의 호칭을 써야 하다니. 그것도 아무런 차선책 없이 너무도 당연하게 말이다. 나는 그걸 받아들일 자신이 없다. 그리고 그건 나 하나가 분기탱천하여 ‘전 그런 하인의 호칭은 쓸 수 없어요’ 라고 말할 수도 없을 것이다. 왜냐면 그건 너무나 당연해져 버렸고, 말했다시피 차선책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 뭐라고 부를 거에요’ 라고 그들이 묻는다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할 것이다. 아직까지 내가 알기론 아가씨와 도련님을. 아가씨와 도련님 말고 부르는 이름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호칭문제부터 이 모양인데 그들에게 너무나 다정하고 착한 며느리, 새 언니가 될 자신은 더더욱 없다. 나는 내 부모와 형제에게도 그럭저럭 호적에서 파이지 않을 정도로만 살고 있다. 물론 그걸 잘하고 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겨먹은 내가 생판 모르는 사람들을 갑자기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그들에게 내 가족에게 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잘 해 줄 수 있을까? 대부분의 불효녀들은 결혼하고 나서 갑자기 효녀가 된다고 한다. 나는 그 이유를 사실상 가족이라기보다는 남에 가까운 시부모님들께 억지로나마 잘 하다 보니 자신이 지난 세월 동안 진짜 가족인 부모님께 잘못했던 것들이 참으로 후회스러워 그렇지 않나 싶다. 그럼 결혼을 통해 시부모에게도 잘 하고 친정 부모님에게도 잘 하는 효부 효녀로 거듭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무지하게 올바른 생각이고, 참된 나아감의 방향이긴 하다. 그러나 그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결혼해서 살림을 할 자신이 없다. 그래. 어쩌면 남편이라는 사람이 돈을 잘 벌어 와서 돈 버는 자의 고단함 없이 집에서 살림만 할 수 있는 상황은 거의 축복에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도 잘 못해서 일주일에 며칠은 아줌마를 부르는 주제에 단지 내 입에 풀칠하는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그 역할을 너무나 훌륭하게 수행할 자신은 없다. 거기다 만약 남편의 벌이만으로는 사는 게 여의치 않아서 맞벌이라도 하게 된다면? 그렇다면 나는 집안일과 일. 두 가지 모두 그럭저럭 잘 해 내야 할 텐데. 솔직히 나는 지금 나 하나 벌어 먹여 살리면서 간간이 집안일을 하는 것도 버겁다. 남들이 다 그렇게 산다고 하더라도 내가 못하면 못하는 거다. 그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어느 누구도 대신 해 줄 수 없다. 나는 돈 잘 버는 남편을 만나 집안일을 하며, 누군가의 엄마. 아내로 평생을 보내고 싶지도 않고. 거기다 동시에 내 일까지 가지는 워킹 맘이 되고 싶은 생각은 더더욱 없다. 이 모든 걸 결혼이라는 선택 때문에 해야 한다면 나는 감히 생각한다. 대체 왜 결혼을 해야 하는 거냐고.

언젠가 이런 생각을 사람들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들의 의견은 한결같았다. 왜 그렇게 복잡하게 미리부터 걱정 하냐고. 닥치면 다 하게 되어있다고. 그들은 마치 나를 외계에서 온 생물체 보듯 했다. 하지만 내게는 오히려 그들이 더 신기해 보였다. 하다못해 인생의 작은 문제까지도 온갖 고민과 갈등과 미래에 대한 예측으로 결정하면서 왜 결혼에 대해서는 그렇게 다들 ‘괜찮아 잘 될 거야’ 라는 낙관론으로만 점철하는지. 이건 닥치면 잘 하게 되어있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 나는 결혼 문제만큼 남들이 도와줄 수 없고 오롯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일도 드물다고 본다. 그런 일에 미래의 온갖 경우의 수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고 결정한다는 건 솔직히 ‘하다 안 됨 이혼하지 뭐’ 같은 안일한 마음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가지 않은 길을 두려워하는 것만큼 바보는 없다. 해 보지도 않고 지레 겁을 먹어 포기한다는 건 참 멍청한 인간이나 하는 짓이다. 하지만 나는 그 큰일들과 결정을 단지 잘 되겠지 뭐 하며 덤벼들었다가 낭패를 보는 것 보다는 차라리 전자의 바보 멍청이를 선택하겠다. 나 하나 바보 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그 일을. 다들 어떻게 결정하고 해 나가는지 모르겠다. 세상의 모든 결혼을 결정한. 또 결혼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여자들이 그래서 나는 참으로 위대해 보인다. 나는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을 그녀들은 오늘도 해 내고 있으니까 말이다.

요약쫌  [2008-11-26]
너무 길다 패쓰
길다2  [2008-11-26]
일기장에 있는 거 베껴왔던거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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