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결혼해 줄래, 나랑 평생을 함께 살래,
우리 둘이 알콩 달콩 서로 사랑하며, 나 닮은 아이 하나 너 닮은 아이 하나 낳고, 천년만년 아프지 말고 난 살고 싶은데...] 이승기 라는 가수가 아직도 결혼하지 않은, 아니 못한 나에게 양철 지붕 위의 굵은 비가 두드리는 소리로 가슴을 치고 있다. "아! 나도 그러고 싶다, 승기야...",
엄마와 일요일 마다 [결혼] 이라는 과제를 두고 부딪치는 것도 정말로 싫다. 아예 짐을 싸서 이 집을 나가는 것이 서로 더 편할 것 같다. 많이 벌지도 못하는 내가 이 집을 나가게 되면 매월 쌩짜로 나가게 되는 생활비가 계산이 안 맞아서 이번 달에도 지난 달에도 그리고 다음 달에도 당장 나갈 계획을 세울 수 도 더구나 실천할 수 도 없다. 엄마는 [그때 보낼걸 고르다가 이렇게 나이를 먹히게 될 줄 알았더라면,] 아버지는 한번도 뭐라고 대답을 하신 적이 없다. 그냥 듣고만 계신 듯 하다. 중년이 흠씬 지난 연세 든 부모의 잠자리에서 흘러나오는 대화를 듣게 되는 날이면 그날 밤도 나는 애꿎은 이불에게 화풀이를 하며 구깃구깃 다리 속으로 밀쳐 넣고 콱 엎드려서 잔다.
내 나이 3자에서 4자로 넘어가는 고비에서 알콩 달콩한 결혼이라는 꿈, 근사한 백마를 탄 남자와 팔짱을 끼고 웨딩마치의 음률을 푸른 하늘로 높이높이 피어 올리는 영화 같은 [컷]이 가당치도 않을 것이다. 세상은 어느 듯 5월이라 장미는 만발하고 인터넷 곳곳에서 웨딩 포토가 눈에 거슬린다. 나도 저 예쁜 장미꽃을 수 놓은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하여 이 지긋지긋한 부모 집에서 훨훨 날아 탈출하고 싶은데, 나도 그러고 싶은데...아직도 누가 나의 짝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 내 짝은 정말 어디에 있는 걸까?
인생은 공평한 것이어서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는 법이다. 내가 늦게 결혼하는 그 동안에 얼마만큼 나 자신만을 사랑하며 자유롭게 보냈던가! 그렇다면 지금 나의 모습 또한 사랑해야 할 것이고 인정해야 할 일이다. 혹시 오래 전의 풋풋한 남자의 환상을 붙들고 있다면 자연스러운 이치가 아닐 것이다. 잘 짚어보면 20대의 물인지, 불인지도 모르는 무작정 뛰어들어가는 "사랑" 하나면 다 되는 그런 것이 없어졌다. 이를테면 우선 돈도 있어야 하고, 좋은 직업도 있어야 하고, 외모도 밖에 나가면 잘 어울린다 소리 들어야 하고, 절대 바람 끼 있으면 안되고, 등등, 실질적으로 보고 듣고 직접 간접 경험한 세상의 것들이 자신의 배우자 결혼관에 가득 들어와 있다.
아는 것이 많아서 나이가 들수록 결혼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러나 사랑은 우리들의 가슴에 영원히 있다. 걱정하지 말라! 나의 앞으로 걸어오는 발걸음소리가 내 심장을 멎게 하는 그런 사람이 반드시 있다. [넌 나의 반쪽 가슴, 난 너의 반쪽 가슴 되어, 숨을 쉬는 그 순간순간 널 사랑 해줄께, 시간이 지나서 주름이 늘어나도 꼭 지금처럼 너와 나 영원히 함께 할거야,]"아! 누나도 그러고 싶단다, 승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