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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산 사람은 살아야지 (뉴코펌)
작성자
박인애
작성일
2011-05-23
조회
1678

3년 전 쯤, 내가 매일 지나다니는 544번 도로에서 Hebron 고등학교에 다니는 남학생이 술에 취한 사람의 차에 치어 아까운 목숨을 잃은 사건이 있었다.
아침에 학교에 간 아이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것이다. 애지중지 키워놓은 자식을 억울하게 잃은 그 부모의 심정을 어떻게 감히 언급할 수 있을까마는 자식을 기르는 한 사람으로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었다.
 
얼마 후 그 학생이 사고를 당했던 그 자리에는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을 담은 표지판이 세워졌고, 표지판 아래 기둥에는 조화로 만든 리스(Wreath)가 그날의 일을 함묵한 채 붙어 있었다.
그 길은 내가 하루에 최소한 두 번은 지나가는 길이고 출퇴근 시간에는 교통체증으로 서행을 할 수 밖에 없는 지점인지라 표지판의 변화를 금방 알게 되는데, 어느 날 그 앞을 지나다 보니 20번째 생일을 축하한다는 글과 함께 빨간색 장미리스가 아침햇살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살아있었다면 스무 살 청년이 되었을 그 아이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쓴 편지였을 것이다. 그 글을 읽는 순간 콧날이 시큰해지면서 목이 메었다. 납골당도 아니고 산소도 아닌 길거리 표지판에 3년 동안 때마다 리스를 바꾸어 놓고 가는 사람! 그것은 어쩌면 그 아이의 어머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죽은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사는 어미나 산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사는 어미가 같은 색깔은 아니겠지만 어미라는 공통분모가 가지는 모성 본능적인,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으로 인해 그 어머니의 아픔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 곳에 와도 아들은 만날 수 없지만 아들에게 편지를 쓰고 시들지도, 썩지도, 비가와도 젖지 않는 조화라도 매번 바꿔줘야 그녀의 숨통이 트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수취인도 없는 생일카드를 매년 쓰고 있는 나처럼 말이다.
형광색 옷을 입은 인부들이 길가에 세워진 전봇대를 한 차선 넓이만큼 바깥쪽으로 옮기는 걸 보니 도로를 넓히려는 것 같았다. 가스관을 묻으려는지 갓길도 파헤쳐 놓았다.
지나다보니 그 표지판이 뽑혀져 땅에 누워 있는 게 아닌가! 아마도 공사 때문에 시에서 치워달라고 한 게 아닐까 싶었다. 순간 어디서 불어온 것인지 알 수 없는 서늘한 바람이 스쳐갔다. ‘아! 그 가족들 마음이 또 다시 아팠겠구나…’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의 기억에서 그 아이는 잊혀져갈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 무엇이 세워져 있었는지 기억조차 하지 못한 채 그 길을 지나갈 것이다. 사람이 나쁜 기억을 24시간 떠올리며 산다면 아마도 미치거나 우울증 환자가 되거나 자살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행히도 사람에게는 망각이라는 고마운 기능이 있어 그나마 견디고 살게 되는 것 같다.
친정어머니를 땅에 묻고 산을 내려오던 날, 방금 전까지 울어주던 조문객들이 식당에 둘러앉아 세상 이야기를 하며 밥을 먹는 모습을 보면서 섭섭함과 함께 밀려오는 묘한 배신감을 느낀 적이 있다.
그날 누군가가 내게 그랬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 너도 먹어라.”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그 말이 그렇게 잔인하게 들렸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말이 살다보니 맞더라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되었다. 아무쪼록 그 가족이 이젠 아픔을 딛고 일어섰으면 좋겠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매스컴을 통해 매일 죽음에 관한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너나 없이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무감각해져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뉴스를 듣는 순간에는 “어머나 세상에”를 외치지만 나와 직접 상관이 없는 일이면 외면한 채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산 사람은 살고 죽는 사람은 죽는 거라는 말에 적용하기는 너무나 잔인하지만 누가 그런 사람들을 냉정하다 탓할 수 있겠는가. 어쩌면 그들 중에는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죽고 싶어도 어쩌지 못해 사는 이도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세상을 떠나고 난 후, 누군가 내 아이에게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 뭐든 챙겨 먹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니”라고 말을 해준다면 아마도 나는 그 사람이 한 없이 고마울 것 같다.
이 세상에 어느 엄마가 그것에 대해 섭섭함이나 배신감을 느끼겠는가. 그저 나를 좋은 엄마로 기억해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할 것 같다. 왜냐하면,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까.

감동적인 글이라 퍼왔습니다.
출처 : 뉴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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