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확대 2009년, 강방천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한국에 온 유커들이었다. 그는 배낭 하나를 짊어지고 수개월간 서울 시내 호텔을 휘젓고 다녔다.호텔의 빈방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확인한 그는 호텔신라에 베팅하기로 결심한다. 지금은 시가총액 4조원을 웃도는 인기 종목이지만, 2009년엔 시총 5000억원도 안 되는 소외주였다.유커들이 좋아하는 소비재가 뜰 것으로 보고 오리온과 아모레퍼시픽을 담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다.당시는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광풍이 증시를 휘몰아칠 때였다. 이런 시절에 호텔신라와 오리온은 뜬금없어 보였다. 2년 후 몰려드는 유커로 인해 서울에 '호텔난'이 벌어졌다. 급기야 2014년, 서울 곳곳에 중소형 호텔들이 난립하기 시작했다. 강방천은 또 한 번 '대박 신화'를 쓴다. 강방천 에셋플러스 회장은 이처럼 '통찰'의 고수다.시대를 '꽤 많이' 앞서가다 보니 그의 포트폴리오는 종종 시류를 거스른다. 그렇다고 좌고우면은 없다. 판단을 믿고 꿋꿋하게 밀어붙인다. 그가 '원칙과 뚝심의 투자자'로 불리는 이유다.강 회장은 자신이 고용한 펀드매니저를 믿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수제자인 최광욱 J&J자산운용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한번 믿으면 끝까지 믿어주는 분이다. 수익률로 채근하신 적이 한 번도 없다."이런 강 회장이 요즘 로봇과 '밀애'에 빠졌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포트폴리오를 짜고 지난해 공모펀드까지 출시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강 회장의 트레이드마크는 시대를 앞서가는 통찰력이다. 통찰의 근원은 인문학적 상상 피스톨홀덤 력 아닌가. 게다가 그는 '사람의 힘'을 믿는 투자자다. 이런 강 회장과 로봇은 어째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많이 낯설었다. 한편으론 '강방천이 한계에 달한 것 아니냐'는 의문의 시각도 있었다. 그래서 그를 만났다. AI에 빠진 이유를 직접 듣고 싶었다."가격은 가치에 종속된다고 믿습니다. 일시적으로 수급이 영향을 줄 때도 있지만 결국엔 가치예요. 나는 상상을 통한 미래의 가치, 즉 통찰의 가치를 추구해 온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에요. 통찰 가치의 정반대 영역도 가치로 믿고 있어요. 데이터로 본 객관의 가치죠. 그런데 이 부분은 로봇이 훨씬 잘할 것이라고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습니다."에셋플러스는 3년간의 준비 끝에 자그마치 5000개 기업 데이터를 확보했다. 국내 상장사 2000개와 외국 기업 3000개다."사람이 잘하는 통찰의 투자는 지속될 겁니다. 하지만 AI에 의한 데이터 투자가 머지않아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 영역에선 데이터의 수와 정확도, 투자 알고리즘, 여기에 검증 시스템(로봇이 짠 포트폴리오 검증)까지 갖춘 운용사가 승자가 될 겁니다."결국 강 회장에겐 로봇조차 '통찰의 산물'이었던 셈이다.그의 통찰이 이번에도 통할까? 이 질문이 갖는 의미는 간단치 않다. 강 회장이 이끄는 에셋플러스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증권사와 운용사들이 로봇투자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매일경제도 씽크풀과 손잡고 AI 종목 추천 서비스(레이더스탁)를 선보였다.냉정한 얘기지만 투자상품은 결국 수익률로 평가받는다. 드라마틱한 스토리도 끝이 좋아야 빛이 난다.워밍업을 끝낸 로봇은 올해부터 사람과 본격적인 수익률 경쟁을 펼칠 것이다. 그 결과를 많은 사람들이 주시하고 있다.AI가 바꾸게 될 세상, 어쩌면 그 첫 무대가 자본시장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남기현 증권부 차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강방천로봇데이터 투자 피스톨게임주소 력 아닌가. 게다가 그는 '사람의 힘'을 믿는 투자자다. 이런 강 회장과 로봇은 어째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많이 낯설었다. 한편으론 '강방천이 한계에 달한 것 아니냐'는 의문의 시각도 있었다. 그래서 그를 만났다. AI에 빠진 이유를 직접 듣고 싶었다."가격은 가치에 종속된다고 믿습니다. 일시적으로 수급이 영향을 줄 때도 있지만 결국엔 가치예요. 나는 상상을 통한 미래의 가치, 즉 통찰의 가치를 추구해 온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에요. 통찰 가치의 정반대 영역도 가치로 믿고 있어요. 데이터로 본 객관의 가치죠. 그런데 이 부분은 로봇이 훨씬 잘할 것이라고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습니다."에셋플러스는 3년간의 준비 끝에 자그마치 5000개 기업 데이터를 확보했다. 국내 상장사 2000개와 외국 기업 3000개다."사람이 잘하는 통찰의 투자는 지속될 겁니다. 하지만 AI에 의한 데이터 투자가 머지않아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 영역에선 데이터의 수와 정확도, 투자 알고리즘, 여기에 검증 시스템(로봇이 짠 포트폴리오 검증)까지 갖춘 운용사가 승자가 될 겁니다."결국 강 회장에겐 로봇조차 '통찰의 산물'이었던 셈이다.그의 통찰이 이번에도 통할까? 이 질문이 갖는 의미는 간단치 않다. 강 회장이 이끄는 에셋플러스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증권사와 운용사들이 로봇투자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매일경제도 씽크풀과 손잡고 AI 종목 추천 서비스(레이더스탁)를 선보였다.냉정한 얘기지만 투자상품은 결국 수익률로 평가받는다. 드라마틱한 스토리도 끝이 좋아야 빛이 난다.워밍업을 끝낸 로봇은 올해부터 사람과 본격적인 수익률 경쟁을 펼칠 것이다. 그 결과를 많은 사람들이 주시하고 있다.AI가 바꾸게 될 세상, 어쩌면 그 첫 무대가 자본시장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남기현 증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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