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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02-04 00:58
메타인지와 뇌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글쓴이 : 이하연
 

메타인지라는 말을 많이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주로 청소년들이나 학생들을 위한 학습지나 교육기관의 광고 혹은 조직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 세미나에서 주요한 주제로 다루고는 합니다. 메타인지(meta cognition)는 고차원적, 상위를 의미하는 메타(meta)와 인지(cognition)의 합성어로, 사고, 학습과 같은 인지적 활동에 대한 지식과 조절을 의미합니다. 이 용어는 1976년 미국의 발달심리학자인 존 플라벨(John H. Flavell)이 처음 사용하였으며, 이후 교육학, 심리학, 의학 분야에서 활발하게 연구되었습니다. 

메타인지를 통해 개인은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알고 있는지 또는 모르는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 모르는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이나 전략이 필요할지, 어떻게 실천해 나갈지를 탐색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은 사고 과정이나 학습에 앞서 능력이나 지식을 판단하는 사전평가부터 수행을 마치고 난 후 이루어지는 사후평가까지 계속됩니다. 

메타인지는 크게 두 가지 요인으로 볼 수 있는데, 첫 번째로는 메타인지적 지식(metacognitive knowledge)으로 자신, 수행해야 할 과제, 과제 수행을 위해 요구되는 전략을 아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영어 단어 시험을 볼 때 현재 내가 아는 단어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단어는 어떤 것인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메타인지적 기술(meta cognitive skill)로, 학습이나 사고 과정을 평가하고 계획하는 단계입니다. 영어 단어 시험의 예로 들면 잘 모르는 단어들을 잘 암기하고 시험에 대비하기 위한 효과적인 공부 계획을 세우는 것입니다. 모르는 단어들을 따로 정리해서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암기하고, 이 단어들을 선별하여 예비시험을 진행해 볼 수도 있습니다. 

메타인지는 뇌 발달과 함께 향상되지만, 후천척 학습과 경험에 의해서도 상당 부분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전에는 메타인지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심리학적, 교육학적 측면에서의 연구가 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메타인지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뇌 영역을 파악하기 위한 뇌 과학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메타인지와 관련된 뇌 영역을 살펴보면, 논리적 판단과 추론, 문제해결 등을 담당하는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 대뇌피질이 있습니다. 선행연구에서 메타인지 능력이 높은 사람들은 전전두엽 피질의 회백질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회백질은 신경세포가 모여 있으며, 뇌에 들어오는 정보를 수용하는 기능을 주로 담당하는 영역입니다. 

이와 함께 좌뇌와 우뇌 연결을 활성화하여 대뇌피질뿐만 아니라 체온 및 호흡 조절과 같이 생명과 직결된 기능을 주로 담당하는 뇌간, 정서 반응을 담당하는 변연계에도 혈액이 골고루 공급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안이나 공포와 같이 몸과 마음에 긴장을 일으키고, 생존을 위한 반응에 집중하게 하는 상태에서는 혈액이 뇌간과 변연계로 집중되기 때문에 대뇌피질을 통한 고차원적 인지 활동을 수행하기가 어렵습니다.

반대로 긍정적 정서를 경험하며 몸과 마음이 안정된 상태에서는 도전적, 진취적 인지활동을 수행하기가 용이해집니다. 이 같은 사실은 메타인지가 전두엽 중 감정 조절에 관여하는 안와전두피질과 관련 있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뒷받침됩니다. 안와전두피질은 감정 기능을 담당하는 변연계와 인접한 대뇌 영역으로서, 감정 중추인 변연계와 사고체계를 주관하는 전전두엽 및 대뇌피질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이는 메타인지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기억법 및 학습법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뿐만 아니라 편안하고 안정된 몸과 마음 상태를 갖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합니다. 불안하거나 걱정이 많은 상태, 몸과 마음의 웰빙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생존을 추구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고 고차원적인 사고를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메타인지를 통해 우리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효과적으로 사고하며 학습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실수를 줄이고, 최상의 효율과 결과를 내기를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이런 기대가 오히려 부담이나 압박으로 작용하여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실패와 시행착오를 통해 우리는 스스로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무엇을 개선해 나가야 할지 파악하는 메타인지적 학습을 경험합니다. 그런 면에서 충분히 실패하고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구글은 프로젝트를 실패한 팀에게 보너스를 주는 정책을 실시했습니다. 성공한 팀의 핵심에 ‘심리적 안정감(psychological safety)’이 공통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의견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의견을 냈을 때 수치심을 느끼거나 잘못된 대우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을 때 최선의 역량을 낼 수 있습니다. 솔직하고 자유로운 소통이 이루어질 때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으며, 정해진 틀과 규격을 벗어나 창의적인 상상과 혁신을 이루어 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내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거나 실패했을 때 동료, 상사로부터 질책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을 때는 도전적으로 업무에 임하기가 어렵습니다. 최선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처벌’을 피하기 위한 생존 모드에 가까운 상태가 됩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학문 영역에서도 이는 그대로 적용됩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세계 어느 국가와 견주어도 매우 우수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뛰어난 학업성취도와는 상반되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노벨상 수상은 고(故) 김대중 전(前)대통령의 평화상 수상이 유일합니다. 물리학, 화학, 생리, 의학, 문학상과 같은 학문 분야에서는 전무합니다. 우리나라의 높은 대학 진학률이나 학업성취도를 고려할 때 매우 아쉬운 부분입니다. 또한 우리나라 학생들은 토론이나 발표에 익숙하지 않은 편입니다. 이 같은 현상의 저변에는 맞는 답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 정답이 아닌 새로운 생각이나 다른 생각이 ‘틀린 것’으로 받아들여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최근 영화, 드라마, 가요 등 K-콘텐츠의 파급력이 전 세계에 확장되고 있고, 삼성, LG 등 국내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우리만의 독창적인 감성과 기술력으로 세계 속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론을 비롯한 사회 전반에서는 그런 성공의 이면에 얼마나 많은 실패와 시행착오가 있었는지, 그 과정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개선하여 지금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는지보다는 화려한 성공과 결실에 더 주목하는 듯합니다. 반드시 즉각적인 성공이나 결실을 거두지 못하더라도 시행착오와 실패 역시 학습의 과정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모두가 최선을 다하며 두려움 없이 창의력을 발휘하고 사고하며 학습하는 것을 응원해 주는 사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정정엽 원장

http://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4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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