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에 다시 서기 위한 대책 마련에 본격 나섰다. 금융업의 현주소를 냉정히 점검해 필요하면 각종 규제를 철폐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다. 특히 미국은 금융시장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런던은 물론 홍콩 도쿄 상하이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금융당국이 위기의식을 느끼는 상황이다. ◆ 美 정ㆍ재계 거물 한자리에 = 월스트리트저널(WSJ)과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미국이 갈수록 약해지는 금융시장의 대외 경쟁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대대적인 경쟁력 강화방안을 모색중이라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금융시장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는 특별위원회를 신설하고 세계 금융시장에 큰 영향력을 미친 '스타급' 거물을 대거 불러들였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위원장을 맡게 되는 이번 회의에는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을 비롯해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 제프리 이멜트 GE 최고경영자(CEO) 등 굵직굵직한 정ㆍ재계 거물이 모두 참석했다. WSJ는 미국이 이처럼 국제금융 거장을 총동원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국제금융의 중심지인 '월가'의 위상을 회복시키기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로버트 스틸 미 재무부 국내금융담당 차관은 특별위원회에서 미국 금융시장 강화안을 마련하는 데 적어도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재무부가 중장기 대책을 모두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도전받는 '월가'의 위상 = WSJ는 미국이 이례적으로 전ㆍ현직 금융 전문가를 한자리에 모아 특별위원회를 개최한 것은 세계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위상이 점차 낮아지
마지노게임 고 있다는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세계적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미국 금융시장이 국내총생산(GDP) 중 8%가량을 차지하고 있고 제조업, 부동산과 함께 미국경제의 '3대 축'을 형성하고 있다며 금융산업이 미국 경제에 차지하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세계 금융업의 허브라고 자처해온 미국은 최근 영국 일본 홍콩 등지에서 줄기차게 도전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영국은 지난 1986년 이후 각종 규제를 과감히 푸는 '빅뱅'을 단행해 자본시장을 국제화했다. 그 결과 런던의 '시티'는 세계 자금을 끌어들여 금융허브로 발돋움했다. 일본은 도쿄도(都) 안에 금융특구를 창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금융특구 안에 들어오는 외국 금융회사들에는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라는 '선물'도 안겨준다는 방침이다. 싱가포르도 금융시장 강화에 본격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거래소는 최근 도쿄증권거래소보다 해외 기업들을 더 성공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와 홍콩도 미국과 영국의 금융회사 유치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공개(IPO)에서도 런던은 이미 뉴욕을 앞질렀다. 러시아와 중동, 중국 기업들이 잇따라 런던에서 IPO를 성사시켜 지난해 런던증시의 IPO 규모는 509억달러(약 48조원)로 미국의 나스닥과 뉴욕증시를 합한 409억달러(약 38조원)를 압도하며 IPO 중심지로 떠올랐다. ◆ 사베인스 옥슬리법 개정에 관심 = 미국 정부는 이번 특별위원회에 앞서 지난해 11월 말 미국 금융시장 경쟁력 회복에 관한 보고서 3건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미국이 지난 2002년 발효한 사베인스 옥슬리법이 미 금융시장을 너무 강하게 압박해 런던과 홍콩 등 해외 금융시장이 오히려 혜택을 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베인스 옥슬리법에 따른 과도한 규제로 미국 금융시장이 정체된 틈을 타 런던과 일본 등이 세계적 금융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맥킨지는 새로 출범하는 특별위원회가 사베인스 옥슬리법에 대해 △사소한 증권관련 규제 법안을 줄이고 △외국인 전문가 초빙을 가로막는 비자 발급 규정을 쉽게 하며 △외국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 요건을 완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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