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서연정
맨발로 뛰어갓다 뿌리에 닿고 싶어
빗장 걸린 문 앞에서 약속은 어긋나고
가슴팍 헐어내면서 밤새 파도가 쳣다
쓰다 둔 편지 안에 깃이 상한 새떼들
그렁거리는 눈망울로 약속의 화석을 쪼고
풀잎을 스쳐 지나는 바람에도 베이더니
나무마다 쉽게 감는 나이테란 없는 것
몇 번을 까무러치며 터지고 찢겨진 후
비로소 한 벌 목숨을 더 단단히 키우는 것
상처가 피고 지는 골목 끝 그대 가슴에
가난하나 지극히 아름다운 약속으로
오늘은 저녁별 하나를 바친다, 눈물같은. |